대보름쯤 추억 그리고 잊혀져가는 아쉬움...
점시식사때 회사 식당에 급식메뉴에 땅콩 팩이 추가로...
점심먹고 잠시 추억을 더듬어 본다.
정월의 세시풍속들
열나흔날(14일)은 오곡잡곡에 5색나물에 밥을 지어 먹고
낮에는 나무를 9짐해야 한다하여 나무 하느라 낑낑대고...
밤에는 온동네 집집마다 다니며 밥얻어다가
(훔쳐다가... 훔쳐가라고 어머니들이 부엌에 준비해 놓으신다)
화로불 위 커다란 양푼그릇에 가득한 온동네 집집의 각양각색 밥과 나물들
들기름 돌려서 지글지글 볶음밥 만들어 먹던 기억들도 이제는 가물 가물...
대보름날(15일)은 연날리고, 윷놀고, 달맞이 불놀이(쥐불놀이) 등등등
새벽부터 일어나 부럼을 깨서 건강을 빌고, 더위를 팔고, 어른들은 귀밝기 술도 한잔 하시고
(부럼: 정월 대보름날 새벽에 딱딱한 땅콩,잣,호두,밤등을 깨물어 버리면 한해동안 부스럼도 없고 치아도 건강해 진다고...)
낮에는 겨우내 날리던 연을 떠나 보내야 하는 이별을 준비며 온종일 연을 날리다가
보름날 자정을 넘기기전 시집보내야 하기에 연줄 끊어 날려 보내고
(연줄끊기비기: 연실을 아끼기 위해 연조리게줄 앞에 불붙은 담배꽁초를 매달아 날리면 담배가 타들어가고 나면 연은 날아가고 연실은 되감을 수 있음)
달님맞을 달님대도 만들고
(달님대: 불에 잘타는 달님대라고 부른던 풀을 꺽어다가 나이숫자만큼 짚매듭을 묶어 빗자루마냥만든)
일찌감치 저녁먹고 온식들이 달맞이하러 나간다.
떠오르는 달을향해 낮에 만들어 놓은 달님대에 불붙여 흔들며(아래위로 절하듯) 소원빌며 태우고 나면
온식구가 함께하는 공식적인 달맞이 행사는 끝이다.
이제 부터는 자유의 대보름 2부행사...ㅎㅎㅎ
몇일동안 산에가서 모아둔 강솔자루와 불깡통을 들고 마을앞 들판으로 나간다.
논둑 밭둑에 불을 놓아 태우고, 불깡통에 불붙여서 철퇴 돌리듯 빙빙 돌이며 불꽃놀이 푹 빠지고
불꽃놀이하다가 설빔으로 사주신 나이론잠바에 불똥이라도 떨어지면
(워낙 불에 약하기 때문에 뒤짚어 입어도 불에 타는 경우가 생김)
야단 맞을 걱정에 아예 밤을 고박 새우며 불깡통을 돌리던 기억도 까마득하다.
대보름이 지나면
아이들은 겨우네 즐기던 연날리기를 끝내기 위해 연을 날려 보내고 새봄을 맞을 준비를 하고
어른들이 허락하는 불장난을 하며 논밭 둑을 태워 병충해를 막는일에 일조한다.
어른들은 겨우내 즐기시던 윷놀이를 끝내시고 봄맞이와 농사일 준비를 본격적으로 시작하신다.
이렇게 대보름을 끝으로 설날부터 시작한
희망 다지기, 조금 여유롭게 즐기며 지내기, 일가친척 문안 나들이 등등을 모두 마치고
새해맞이 일(농사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던 기억들이 아득하다.
그리고 이제는 하나둘 잊혀져 간다.
추억을 가진 이들은 기억의 끝으로 잊혀지고
추억이 없는 이들은 그런 것이 있었는지도 모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