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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차질TIP]

자전거 타기가 진보요 혁명이다

경재생각은 ? 2006. 10. 12. 12:27
<오마이뉴스>는 자전거 관련 시민단체, 동호회와 함께 [연속기획] '자전거는 자전車다-자동차와의 아름다운 공존을 위하여'를 10주에 걸쳐 진행합니다. 우리나라에선 여전히 '레저용'에 머물고 있지만 이미 세계적으로 자전거는 자동차를 대체할 친환경 교통수단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지난해 자전거를 타고 미국 횡단을 한 홍은택 오마이뉴스 인터내셔널 편집국장이 그 주춧돌을 놓습니다. <편집자 주>
▲ 2006년 대한민국 서울. 자전거와 자동차의 위태로운 공존.
ⓒ 오마이뉴스 김시연
미국에서 한 80일 자전거를 타고 왔다는 것만으로 내가 자전거에 관해 뭐 좀 아는 사람으로 비쳐지는 것 같아 조심스럽다. 자전거 특집 기획을 한 <오마이뉴스> 김시연·김대홍 기자가 찾아와 기획의 발문을 써달라고 해서 망설였다. 초보 라이더 주제에 설교까지?

원래 나는 좋아하는 게 있으면 보물함 같은 데 꼬불쳐 두고 혼자만 몰래 즐기는 편이다. 그런데 자전거는 안 그런 것 같다. 혼자서는 즐기기 어려운 보물이다. 여러 사람들이 같이 타야 더 즐길 수 있고 더 좋아할 수 있다.

자전거인들은 소수인종이나 투명인간이나 되는 듯한 차별을 받고 있는 상황이어서 더욱 그렇다. 많은 사람들이 합류하면 위축되지 않고 더 떳떳하게 자전거를 탈 수 있을 것 같다.

오마이뉴스가 시민기자들과 정성스럽게 준비한 이번 기획안을 보니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인이 돼야 할 이유와 될 수 있는 길을 알려주고 있다. 그럼 나도 발문이나마 힘을 보태볼까.

나는 자전거 타기를 혁명에 비유하곤 한다. 혁명의 영어 표현인 '레볼루션(revolution)'에서 착안한 것이다. revolution은 돈다는 뜻이다. 세상을 확 돌게 하자. 바퀴를 돌려서 돌아버리게 하자.

심장을 펌프질 해서 피를 뿜어내면 일단 피가 온몸을 돌고 그때 발생한 에너지로 페달을 밟아 바퀴를 돌리면 내 몸이 앞으로 나아간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페달을 눌러 밟을 때 세상이 앞으로 나아가고 확 바뀐다. 그게 진보고 혁명이다.

자전거인들이 길거리에 넘치는 나라는 사람들이 발사하는 것 외에는 배기가스가 적은 나라다. 숨쉬기 편한 나라다. 의도하지 않은 살인(그걸 경찰에서는 교통사고에 의한 과실치사라고 부른다)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 나라다. 신경질적인 기계음인 경적이 안 들리는 나라다.

▲ 2006년 독일 하노버. 시민들이 전용도로를 이용해서 자전거를 타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잘 발달한 하체가 상체를 튼실하게 받쳐주는 국민들로 넘쳐나는 나라다. 그런 하체로 축구를 해서 월드컵 4강에 들어갈 수 있는 나라다.(나는 이번 월드컵 4강에 유럽국가들만 남은 이유가 거기서는 자전거를 많이 타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인구 3억명의 미국이 고전하는 이유는 자동차만 많이 타서 그런 게 아닐까.)

병원 의사들이 갈수록 줄어드는 환자의 숫자에 울상을 지어야 하는 나라다. 사람들이 서로 자동차와 같은 사물로 보지 않고 사람으로 보는 나라다. 줄어드는 스트레스에 술집들이 하나 둘 자전거포로 바뀌는 나라다.

좌뇌와 우뇌가 골고루 발달해 날카로운 지성 못지않게 따뜻한 감성도 풍부한 나라다. 나이가 들어도 늙지 않아 고령화 사회의 새로운 대안을 발견한 나라다. 또는 왕성한 성생활로 신생아들이 넘쳐나는 나라다.(전립선염이나 고환암에 걸리지 않도록 주의만 한다면.)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게 하는 가장 가시적인 방법은 내가 생각하기에 '퀵서비스'를 '슬로 서비스'로 바꿔서 오토바이로 문서를 배달하시는 분들을 다 바이크 라이더로 전환하는 것이다.

석유도 절약할 수 있고 이분들은 일하면 할수록 체력이 고갈되는 게 아니라 근력이 커진다. 외국에서는 '메신저 보이(messenger boy)'라고 불리는 이분들은 미끈하면서도 근육질적인 다리로 사람들의 시선을 빼앗는다. 사실 슬로 서비스로 바꿔도 배달 시간 차는 거의 나지 않는다.

그렇게 해서 오토바이들이 거리에서 사라지면 보다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고 거리로 나오게 될 것이다. 만약 하루아침에 슬로 서비스로 전환하기 어렵다면 다음 방법은 자전거로 출퇴근하게 하는 것이다. 보다 크게 보면 자전거를 운동의 수단에서 운송의 수단으로 정립하는 것이다. 한국의 국토는 좁아서 어디든 자전거를 타고 24시간 안에 가지 못할 데가 없다.

이번에 오마이뉴스가 시민기자들과 함께 입증해 보이려는 것은 바로 그것이다. 기획안을 쭉 훑어봤더니 실사구시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자전거가 자동차와 대중교통수단에 도전장을 내는 한편 자전거가 교통수단으로 대접받고 있는 해외 도시에 대한 면밀한 조사도 했다.

아울러 대기 오염과 소음 공해도 직접 바이크 라이더의 관점에서 처음으로 측정한다. 출퇴근용으로 적합한 자전거에 대한 실용적인 정보도, 좋은 자전거 여행지에 대한 소개도 빠뜨리지 않아 묶어내면 한 권의 자전거 입문서로도 손색이 없다는 생각이다. 더구나 단순히 글뿐 아니라 동영상과 소리로도 현장을 포착, 입체적인 기획이 되고 있다.

▲ 홍은택 기자
ⓒ 한겨레출판사 제공, 정용일 기자
여기에다 출퇴근뿐만 아니라 장거리 여행의 교통수단으로서 자전거의 유용성을 입증해 보이기라도 하듯, 자전거와 한 몸이 돼 세계를 헤쳐가고 있는 젊은이들이 미국과 중국 등지에서 소식을 보내올 예정이라고 하니 판이 점점 더 커진다.

한국 같이 좁고 자원이 적은 나라에서의 살길은 같은 일을 해도 부가가치가 많은 일을 하는 수밖에 없다. 열심히 오래 일하는 것만으로는 이제 한계에 부닥쳤다. 창조적인 사고력이 필요한 시대에 자전거 출근은 사람들의 머리를 맑게 해서 창의적이고 미래가 두렵지 않은 인간으로 탈바꿈시키게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자전거 타기는 항만과 고속도로의 건설과 같은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투자라고 생각한다. 자전거가 나르는 것은 물류가 아니라 인류다. 이제 시내에서 거대한 인류가 흐르는 날을 어서 보고 싶다.

같이 만들어보지 않을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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