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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차질TIP]

자전차사고와안전01

경재생각은 ? 2006. 10. 12. 12:43
교통수단으로 자전거 타기 이면에는 자전거 사고와 안전 문제가 그림자처럼 따라붙습니다. 자전거 도로와 관련 제도 등이 열악한 우리나라 상황에서 도심에서 자전거 타는 자체가 '모험'일 때가 많습니다. <오마이뉴스>가 자전거 관련 시민단체, 동호회와 함께 펼치는 [연속기획] '자전거는 자전車다-자동차와의 아름다운 공존을 위하여'의 일곱째 주에는 자전거 사고와 안전 문제를 진단합니다. <편집자 주>
▲ 탄천 자전거도로에선 만난 강남경찰서 자전거동호회 회원들
ⓒ 오마이뉴스 김시연

횡단보도 정지신호 위반에 차도 역주행, 버스전용차로 침범, 그것도 모자라 인도 주행까지.

만약 자동차였다면 면허정지로도 모자랄 정도다. 자전거를 타고 서울 서대문에서 광화문까지 출근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고작 10여분. 하지만 자전거도로 구경도 힘든 이곳에서 '상습 범법자'가 되기엔 충분한 시간이다.

자전거 안전장구라도 제대로 갖췄나 하면 그것도 아니다. '안전장구'라고 해야 자전거 앞뒤로 붙인 발광 스티커 몇 장이 고작. 야간주행에 대비한 후미등과 전조등은커녕 자전거헬멧, 수리도구 뭐 하나 갖춰진 게 없다. 이러다 사람이 자동차와 부딪히기라도 하면 대형사고 감이다.

이런 대책 없는 '거리의 무법자'가 '경찰 라이더'에게 제대로 걸렸다.

경찰 라이더 "안전불감증 게 섰거라!"

지난 21일 오후 6시 잠실 종합운동장 앞 탄천 자전거도로. 완벽한 라이더 복장을 갖춘 '자출족' 세 사람을 퇴근길에 만났다. 강남경찰서 자전거동호회 '좋은 사람들' 회원인 위명철(55) 경사와 채규선(51) 경위, 그리고 남편을 마중나온 채 경위의 아내도 합류했다.

튼튼해 보이는 고급자전거에 자전거 헬멧, 고글, 울긋불긋한 유니폼까지. 이들 앞에 평상복에 안정장구 빵점인 미니벨로를 탄 거리의 무법자는 주눅이 들 수밖에 없었다. 이런 차림으로 광화문에서 남산을 넘고 한남대교를 건너 1시간 만에 여기 도착했다는 이 낯선 무법자의 말에 위명철 경사는 놀랍다는 표정부터 짓는다.

▲ 위명철 경사 자전거에 달린 각종 안전장구들. 위 후면경, 아래 왼쪽 전조등, 아래 오른쪽 후면등.
ⓒ 오마이뉴스 김시연
여유 있는 충청도 말씨와 달리 위 경사는 동호회 활동경력만 7년인 자전거 베테랑. 강동구자전거연합회 임원이자 강남경찰서동호회 초대회장을 맡아 동호회를 이끌고 있다. 아내도 동호회에 끌어들여, 집에 있는 자전거만 4대에 이른다.

"헬멧과 선글라스, 멋이 아니에요!"

일단 자전거도 자전거지만 여기저기 붙은 안전장구들이 예사롭지 않다. '폼'으로 달고 다니는 장식품이 아니었다. 깜빡깜빡 붉은 불빛이 반짝여 추돌사고를 예방하는 후미등과 전조등은 기본. 핸드 옆에는 후미경이, 프레임에는 펌프와 물통이 달렸다.

자전거 안장 밑에 달린 조그만 가방을 열자 잠금장치, 휴대용 공구, 예비 튜브와 체인까지 없는 게 없다. 이 정도면 당장 장거리 여행을 떠나도 문제없을 듯하다.

▲ 위명철 경사 자전거 안장 밑에 달린 주머니에는 휴대용 공구와 바퀴 튜브, 잠금장치 등이 가득 들어있다.
ⓒ 오마이뉴스 김시연
"자전거 헬멧이나 선글라스도 멋으로 쓰는 게 아니에요. 헬멧은 넘어질 때 머리를 보호해주고 선글라스는 먼지나 날파리가 눈으로 들어오는 걸 막아 사고 위험을 줄이지요. 우리 동호회 회원들은 거의 안전장구를 착용하고 있습니다."

세 사람 모두 헬멧에 금이 가거나 깨지는 정도의 크고 작은 사고를 경험했다. 이후로 자전거 헬멧은 아무리 덥고 귀찮더라도 벗지 않는다고 한다. 안전장구가 안전운전의 기본이란 사실을 몸으로 깨달은 것이다.

집에서 자전거 타고 나올 때 안전점검도 필수. 위 경사는 우선 바퀴가 휘지 않았는지, 제동장치의 고무 패드가 닳지 않았는지, 변속장치가 제대로 작동되는지, 체인 등 구동계열에 이상은 없는지 꼭 점검한다고 말한다.

"자전거도로라도 과속은 금물"

▲ 자전거헬멧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위명철 경사.
ⓒ 오마이뉴스 김시연
안전장구만이 아니다. 자출 2년차인 채규선 경위는 자전거도 자동차처럼 과속해선 안 되고 도로에선 교통규칙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자전거도로에선 보행자나 인라이너를 특히 조심해야 한다고.

채 경위는 "자전거 속도가 보통 시속 20km면 적당한데, 35km/h를 넘어가면 과속이라고 할 수 있다"면서 "여럿이 자전거를 탈 때는 반드시 일렬로 타고 앞뒤 안전거리를 시속 20km 기준 20m 정도로 유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얘기는 자연스럽게 안전사고로 넘어갔다. 차도로 다닐 때는 반드시 갓길로 다니는 건 기본. 횡단보도를 건널 때는 귀찮더라도 자전거에서 내려야 한다. 특히 사고가 잦은 교차로에선 좌회전시 차를 따라 돌지 말고 일단 직진해 맞은편 횡단보도까지 간 뒤 신호가 바뀌면 횡단보도를 따라 건너야 한다고 당부했다.

자전거도 차라는 인식이 부족한 탓에 도로 역주행이나 신호 위반 등이 공공연히 벌어지고 있는 현상도 지적했다. 경찰이 자전거까지 일일이 단속하기 어려워 묵인할 뿐 엄연히 도로교통법 위반에, 범칙금 부과대상이라는 것.

채 경위는 "자전거 인구가 재작년부터 크게 늘었는데 자동차와 달리 특별한 교육을 받지 않다 보니 법규를 제대로 몰라 문제가 많다"면서 자전거 운전교육을 시키는 전문교육기관도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밝혔다.

경찰 라이더에게 단단히 안전교육을 받은 탓일까? 서대문까지 퇴근길은 올 때 2배인 2시간이나 걸렸다. 일부러 안전운전을 하지 않더라도, 컴컴한 자전거도로에서 전조등 하나 없이 자전거와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달리기란 쉽지 않은 일. '자전거 안전 불감증 탈출'이 남의 일이 아닌 현실로 다가오는 순간이었다.

▲ 돌아오는 길. 해질녁 한강 자전거도로는 퇴근하는 자전거족과 운동 나온 보행자들로 낮보다 더 붐볐다.
ⓒ 오마이뉴스 김시연

"자전거 출퇴근, 경찰부터 모범 보여야죠"
강남경찰서 자전거동호회 '좋은사람들'...자출족만 20여명

▲ 강남경찰서 자전거동호회 '좋은사람들' 회원들.
ⓒ위명철

어린 기억에 자전거를 타고 관내를 순찰하는 경찰관의 모습은 낯설지 않다. 하지만 그 자리는 이미 순찰차나 오토바이에게 넘겨준 지 오래다. 이제 서울숲이나 일산 호수공원 등 일부 공원지역에서 자전거 순찰대가 그 명맥을 유지할 뿐이다.

비록 업무용은 아니지만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경찰관도 늘고 있다. 그 기폭제가 된 것은 경찰 내 자전거동호회. 강남경찰서 '좋은 사람들'이 대표적이다.

2003년 3월경 동호회가 탄생해 한창일 때는 회원수가 60~70명까지 이르렀다고 한다. 이미 지역 동호인 활동을 하고 있던 위명철 경사가 중심이 돼 관심 있는 회원들을 모았고 매주말마다 한강 자전거도로를 돌며 친목을 다졌다. 올봄엔 전북 정읍까지 자전거를 타고 복분자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이들 동호회의 가장 큰 목표는 자전거 출퇴근 활성화. 현재 전 직원 900명 정도인 강남경찰서에서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은 20~30명 정도.

9km 떨어진 강동구 둔촌동 채규선 경위의 집은 자전거로 25분 정도. 하지만 버스나 자가용을 이용하면 보통 40~50분 걸린다고 한다.

채 경위는 "앞으로 자전거 출퇴근 문화를 만들고 싶다. 지금도 주차장이 모자라 자동차를 통제하는 상황인데, 차 1대 들어갈 자리면 자전거 20여대는 거뜬하다. 이런 복장하고 다니면 이상하게 쳐다보는 인식도 바뀌고, 자전거 출퇴근 직원에게 기름값에 상응하는 지원이 이뤄진다면 많이 활성화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올해 초 상당수 회원이 수서경찰서로 옮겨가면서 활동이 주춤했던 '좋은 사람들'은 오는 9월 강남서와 수서서를 통합한 동호회로 새 출발을 준비하고 있다. / 김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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