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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흔적]

김장담기와 허전한 마음-2011.11.27.

경재생각은 ? 2011. 11. 29. 23:30

김장 !

김장완료 =겨울준비완료 라는 등식이 성립되던 시절에는

가을겆이와 함께 겨울문턱의 큰 행사(?) 였고, 이웃끼리 품앗이로 김장을 담그곤 했다.

김장 일정은 보통 1박 2일의 일정이다.

전날 밭에서 배추, 무우를 거두어 겉잎과 무청을 다듬고

배추는 소금에 절이고, 무우는 깨끗이 씻어서 무채 준비를 하고, 무청은 엮어서 추녀밑에 매달고...

그 밖에 파, 마늘, 생강등 양념들을 준비하면 하루 해가 저문다.

저녁을 먹고나서는 무채를 썰고(어머니는 칼로 썰으셨던것 같고 그 후로는 채칼로...), 파를 썰고, 마늘을 다지고....

이렇게 김장 버무릴 온갖양념을 준비하여 마루와 웃목에 모아 놓고 취침...

아침 일찍 일어나 절여진 배추를 씻고, 양념과 무채를 버무리고...

배추와 양념을 켯켯이 넣어가며 김장김치(배추김치)를 담는다.

배추김치완료 되면, 총각김치(알타리김치라고도한다), 깍두기, 동치미를 담고...

돼지고기 삶아 김장보쌈과 막걸리는 김장축제(?)의 빼놓을수 없는 먹거리다.

앞마당 이나 대문밖 텃밭 양지바른곳에 땅을파고, 김장독을 뭍고, 움막을 치고...

땅에 뭍힌 김장독에는 가지가지 김치들이 차곡차곡 채워지고...

이것이 어린날 김장축제(?)의 기억이다.

김장을 할때는 날씨가 대체로 추워서  마당 한켠에 모닥불을 피우기도 했다.

 

언제부터인지는 잘 기억이 안나지만 결혼초 몇년을 제외하고는 상당히 오래전부터 우리는 처가에서 김장을 담아왔다.

일년 행사(?)로 처제내와 우리, 때론 처남들까지 겨울 문턱의 축제였다.

울친구 하는 말이 다른 것은 몰라도 김장도우미로는 저가 특급도우미란다.

군소리 하나 안하고, 나르기, 옮기기, 무채썰기, 양념버무리기는 내담당이 되었다.

저가 워낙 김치를 좋아하다 보니 다른 것은 몰라도 김장담기에는 자진해서 솔선수범(?)한다.

평소 부모님들이 싸주시는 것들은 주시는 정성에 마지못해 실어 나르지만(때로는 친구와 너무나 많은 것들을 가지고 간다고 다투기도 한다)

김장만큼은 전혀 군소리 없이 한통이라도 더 실어 나른다.

올해도 마찬가지로 지난 토,일요일 처가에 가서 김장을 담아왔다.

처제,큰처남, 그리고 우리집.... 

 

김장을 마무리 하면서 아버님 말씀이 내년부터는 이제 텃밭 농사도 어렵지 않겠느냐고

당신님의 약해진 기력과 노환의 고통을 이야기 하신다.

그래도 올해 까지는 어렵게 어렵게, 이따금 처남들이 그리고 저도 조금씩 주말농장처럼 텃밭 농사를 이어 오셔서

양파, 감자, 고추, 호박, 상추, 쪽파, 고구마...

무공해 채소들을 날라다 먹었는데...

올 김장을 끝으로 내년에는 텃밭도 처가 마을의 누군가 지어먹을 사람이 없으면 그냥 묵히기로 결론 내린다. 

이제 처가에서 하는 김장도 올해가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

매년 기력이 떨어지시는 두분의 건강도 걱정이고...

언제까지 함께 할 것 같았던 우리들의 부모님들

시간에 흐름속에 어찌할수 없음을 인정해야 하지만 마음 한켠이 허전하고 먹먹하다.

울 엄니는 하늘 나라 가신지 아주 오래고...

 

건강히 지내시라는 인사를 드리고 돌아오는 길

어머니는 "내년에는 배차(추)를 사서 하더라도 김장담으러 또 내려와라" 하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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