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도록 한결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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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와추억]

5월의 어느 주말('07.05.12~13.)

경재생각은 ? 2007. 5. 14. 15:41

5월의 어느 주말

 

 

['07.05.12. 토]

 

오늘 큰 이모님께서 이승에서의 마지막 3일을 끝내시고

하늘 나라로 가셨다.

울 엄니 3자매 모두 하늘나라에 가셨으니 이젠 하늘나라에서 함께 하실까 ?

울 엄니가 막내인데 제일 먼저 하늘나라에 가셨고

둘째 이모님 하늘나라 가시고

이제 제일 언니이신 큰 이모님이 두 동생이 있는 곳으로 가셨다.

이제 울 엄니의 피붙이는 모두다 하늘 나라로 떠나 가셨다.

영정 사진을 바라보며, 살아계실 때  더 찾아 뵙지 못한 아쉬움이 마음 아프다.

 

집에 돌아와 침대머리맡에 있는 울 엄니 사진을 바라 본다.

아프신 중에도 입가에 옅은 미소가(내 눈에만 보이는 지 모르지만) 있는 사진

나 중학교 졸업 하던 날 식장에 오시지 못하시고 집에서 나 오기를 기다리시다.

마루에 앉아서 찍은 빛바랜 흑백사진이다.

엄니가 많이 보고 싶다.

……………………………………………………

 

내리던 비는 그쳤지만 하늘은 잔뜩 흐려있다.

언제라도 비를 뿌릴듯 ....

그냥 거시기한 마음에

나는 잔차를 끌고 현관을 나선다.

비라도 주룩주룩 내렸으면 하는 엉뚱한 생각도 하면서

 

수리산 약수터  잔차질 하러 나오신 님 들도 없고

등산객도 거의 없다. 스트레칭을 하며 조금 있자니

동호회 회원 한 분이 오신다, 이제 더 나오실 분이 없는 것 같다.

나는 회원님과 앞서거니 뒷 서거니 수리산을 오른다

오거리, A코스, 수리사 입구 내 잔차는 펑크로 투정을 한다.

튜브를 교체하고 출발 하려니 멀쩡하던 회원님 잔차가 또 펑크다.

놀망놀망 타라는 신호 ?

수리사를 올려치고 내려와 B코스를 돌아 내려오는 길.

기도원 입구에서 3분의 회원님들과 조우

이젠 제법 대열이 되었다.

늦은 출발로 역주행(D,C)으로 오신님들은 B코스를 역으로 치자고 하신다.

방금 내려온 B코스를 다시돌고, 덕고개를 돌아 갈치 저수지…

빗방울이 굵어진다.

뭐 대단 한것이 들었다고, 배낭커버를 꺼내 배낭은 덮고……

몸뚱아리는 그냥 내리는 비에 내 맡긴다.

목장싱글을 돌아, 한전싱글로 내려오는데 이젠 비줄기가 소나기성으로 변했다.

물에 빠진 생쥐가 되어 버렸다.

 

집에 돌아와 샤워하고

친구와 작은놈과 함께 산본 시장에 가서  김치담을 열무와 배추를 사고

김이 무럭무럭 나는 족발을  사가지고 돌아와

식기 전에 먹어야 맛나지!

마침 딸아이도 돌아와 모처럼 4식구가 함께하는 저녁이 되었다.

딸아이는 저녁을 먹고 들어와 좋아하는 족발도 별로 인 듯 .

난 이슬이와 함께

이런저런 피로 때문인지 스르르 잠으로 빠져든다.

 

 

 

['07.05.13.일]

 

어제 비온 것이 맞나 ?

햇살이 눈부시다.

어제 일찍 잠을 자서 그런가, 일찍 눈이 떠진다.

어제 사온 김치거리 다듬는 것을 도와 주고,

집안 청소도 도와 주고, 빨래 너는 것도 도와주고,

착한 남편(?)이 되려고 조금은 노력을 한다.

양념으로 버무린 김치와 함께 점심을 먹는다.

묵은 김장김치와는 또 다른 맛으로 맛난 점심을 먹었다.

 

이젠 다시 서서히 본색을 들어내며

"잔차질 갈까 ?"

김치 담으려 펼쳐놓은 이것 저것들을 정리 하려면 못 갈 것 뻔히 알면서

"당신이나 다녀 오세요 !"

"와우!" 소리 안나게...ㅋㅋㅋ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잔차를 끌고 나선다.

“아빠 갔다 올께”

“조심해서 다녀오세요”

 

오늘은 잔차질 나오신 님들이 많다.

12명 평소때 보다 훨씬 많은 인원

어제 내린 비로 잔차질 못한 아쉬움도 한몫 했으리라.

등산객도 엄청 많다.

우리는 멋진 대열(?)로 수리산 임도를 오른다.

“죄송합니다” “미안해”

오늘은 더 많은 미안함을 알려야 했다.

 

오거리와 A코스를 돌아 B코스로 접어드니 등산객은 거의 없다.

간간히 오가는 잔차들과 인사하며, C코스를 돌아 덕고개에서...

이백싱글을 돌아 어천저수지를 돌아오려 하다가

홍일점 회원님의 만류로 어천대신 철탑싱글로 방향 전환

 

반월저수지를 돌아 철탑싱글을 오르는 대열은

중간에 합류하신 2분으로 이젠 14명

낑낑대며 오르는 모습이 제법 멋지다.

일부 끌바로 오르는 님들도 있었지만, 제 2철탑까지 올려 치니

다리근육이 짜증(?)을 내려 한다.

 

계속 전진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을 것 같아 되돌아 다운

D코스와 804싱글로 오늘의 잔차질을 마무리 한다.

새로온신 님도 있고, 간만에 나오신 님도 있고,

어느님은 아쉽고, 어느님은 빡시고 했을 잔차질을 마치고

시원한 생맥주 한잔으로 뒷 풀이하고 해산 했다.

 

이런 저런 일들로 상당히 길게 느껴진 주말이고...

연이틀 수리산을 괴롭힌 주말이었다.

 

 

 

 

[카메라폰 구입해서 열심히 촬영연습중인 울 회원님이 작품 입니다]

 

 

수리산 D코스로군요. 지도 끝날무렵 잠깐 보였다 사라지네요.

촬영감독이 절 미워 하는 것 같아요....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