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도록 한결 같이

겸(謙)을 가슴에 안고, 열정(熱情)을 등에 메고, 잔차 와 함께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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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꿍시렁 꿍시렁]

어느 매운탕(?)

경재생각은 ? 2007. 5. 31. 19:12

 

그 진한 아카시아 꽃 향기도 사라져 가는 지금

이찌하다 보니 아카시아 꽃도 한번 못먹어 본것 같다.

그 맛난 것을.....

 

 

문득 생각나는 어느 매운탕(?)

 

양지쪽 눈이 녹기 시작하면

칡뿌리 캐기를 시작으로

새로나는 새싹은 무엇이든 먹거리다.

들에는 황새냉이(뿌리가 참냉이보다 두틈하다), 메싹뿌리....

산에는 진달래꽃, 찔레순, 밀대순, 잔대뿌리,...

아카시아꽃을 끝으로

여린 새순은 거세지고, 꽃들은 사라지고, 뿌리들은 잎으로 양분을 빼았겨 못먹게 되고...

 

졸졸거리는 골짜기의 가재잡이를 시작으로

냇가의 물고기로 눈을 돌린다.

낚시도 좋고, 어항도 좋고, 삼태기도 좋고,

여기저기 찢어진 반도라도 있으면 완전 짱이다.

소위 철엽이 시즌이 닥아온다.

 

엄니몰래 훔쳐(?)가는

고추장, 고추가루, 깨소금,.... 1관짜리 국수 묶음에서 살짝 뽑아낸 국수가락 한뭉치

반짝반짝 닦아놓으신 양은 솥과 숱갈 몇개...  

냇가로 향하면서 밭에서 자라는 파도 몇뿌리, 마늘도 몇 뿌리

지금은 조금 이르지만 조금더 지나면

감자도 몇포기 캐내고, 고추도 몇 개따고. . . 

 

냇가에 다다르면 각자의 전문성에 따라 분업이 되어

어느놈은 낚시로, 어느놈은 어항으로, 어느놈들은 삼태기나 반도로

어느놈은 맨손으로 고기를 잡아 올린다.

어느놈은 냇가 여기저기 널려 있는  나무거섶(물막이 보 를 만들거나, 둑을 보호하기 위하여

소나무 가지등 으로 덧대어 놓은 것)을 꺽어다 땔감을 모으고

돌맹이 몇개 받쳐 양은 솥 걸고, 잡은 고기배따서 넣고, 훔쳐온 양념넣고, 냇물 떠 부우면

진미잡어매운탕 준비 완료

 

눈물 찔끔찔끔 짜며  불 때면, 반짝반짝 빛나던 양은솥은 자꾸만 시껌둥이가 되어가지만

매운탕 냄새에 군침한번 꿀꺽, 매운탕이 제법 끓기 시작하면, 국수넣고 간 맞추고

어떤놈은 싱겁다, 어떤놈은 짜다, 맵다.

맛이 산으로 갈지 바다로 갈지...

양은솥 뚜껑이 들석거리고 붉은 국물이 넘어 양은 솥은 엉망이 된다.

양은솥 가져온놈은 엄니 한테 혼날생각에 걱정이 태산이다.

 

우루를 달려들어 한바탕 먹고 나면  어느새 바닦을 드러내고

가져간 양념이 다 없어 질때까지, 또 잡고, 또 끓이고, 또 먹고...

해가 서산을 넘을 때쯤 새까막케 변한 양은 솥을 들고 집으로 향한다.

이제 그날 양은 솥 가져온 놈만 엄니 한테 혼나면 된다.

매번 가위바위보에서 지는 놈은 양은솥 담당이다.

 

그때 그 매운탕이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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